[우리말 바루기] 자기 ‘계발’과 능력 ‘개발’
어떤 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을 나타낼 때 ‘계발’과 ‘개발’이라는 표현을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계발’과 ‘개발’은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여서 정확하게 구분해 쓰기가 쉽지 않다. ‘계발(啓發)’은 “상상력 계발” “소질 계발” 등에서와 같이 슬기나 재능, 사상 등을 일깨워 주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開發)’은 “수자원 개발” “신제품 개발” 등에서처럼 토지·천연자원 등을 유용하게 만들거나 새로운 물건 또는 생각을 내어놓는 일을 나타낼 때 쓴다. ‘계발’과 ‘개발’ 모두 상태를 개선해 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계발’이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개발’은 이보다 의미의 폭이 넓다. 자원이나 제품 등에만 ‘개발’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나 재능 등을 발전시키는 데도 ‘개발’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발’이 잠재된 능력 없이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만으로 쓸 수 있다면, ‘계발’은 잠재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사용할 수 있다. 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능력을 ‘개발’하겠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계발’하겠다고 표현하는 게 어색한 이유는 이러한 의미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잠재력 향상을 내포하면 ‘계발’, 단순히 상황이나 물리적 기능을 개선시킬 때는 ‘개발’을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계발 능력 신제품 개발 수자원 개발 상상력 계발